120421 비옴

 

 #1

 하루종일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비 오는 걸 좋아하는 나는 간만에 오전 일찍 일어나 여유롭게 독서를 했다. 하지만 당장 월요일에 3과목이나 시험이 있다는게 불편한 진실. 오후에는 가족들이랑 옷 사러 백화점 나들이. 비도 오는데 왜 이렇게 백화점이 복작복작 하던지 약간 짜증이 났지만 새 옷을 샀으니 기꺼이 참았다. 시험기간만 되면 있는 시간에 공부는 못 할 망정 없는 시간까지 짜내어 여유를 즐기는게 나의 가장 큰 문제다. 그래도 오늘 하루 참 행복하게 보냈다는데에 만족하고 지나가련다. 매일매일 이렇게 돈 많은 백수잉여로 살고 싶다.

 

 

 

 #2

 온 세상의 짐은 자기가 다 진 냥 엄살을 떨어대는 것까진 참아줄 수 있다. 어느정도의 생색은 나의 노고를 증명하는 하나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용인되는 경우에는 그만한 성과물이 있을 때 뿐이다. 제발 자기 분수를 알고 깝치고 다녔으면 좋겠다.

 

 

 

 #3

 작년에 쓰릴미 보려고 70만원가량 모아뒀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최악의 퀄리티로 돌아온 덕분에 아직까지 고스란히 통장에 잠들어있다. 어차피 공연보려고 모아둔 돈, 모오락이나 엘리자벳에 올인할까 생각해봤지만 문제는 이제 보러갈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엘리자벳은 표도 없지만. 그래서 지금 있는 돈을 더 보태서 노트북을 살까 생각중이다. 한국에서는 거의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아무래도 외국에서 1년을 살아야하니 과제도 하고 웹서핑도 하려면 사야겠다 싶더라. 근데 또 막상 사려고 마음먹으니 노트북 고르는 일도 만만치가 않다. 그냥 하이마트가서 예쁘게 생긴거 살까 싶다가도, 그랬다가 그래픽 카드가 쓰레기 수준인 데스크탑을 두 대째 쓰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니 이번엔 좀 공을 들여야겠다 다시 마음먹게 된다. 중간고사 끝난 후나 아예 이번 학기 끝나거든 천천히 생각해봐야겠다.

 

 

 

 #4

 준수오빠 콘서트 티켓팅을 망치고 상심하다 결국 입금을 안 했다. 10만원이나 주고 경기장 3층 꼭대기에 앉아서 볼 순 없지. 요새 콘서트를 잘 안 다녀서 평균치를 모르겠는데, 어쨌든 나 중고등학고 다닐 때의 가격에서 두 배가 된 것 같다. 아무리 정신나간 대한민국 뮤지컬 가격에 익숙해졌다 할지언정, 할인율 0%의 10만원짜리 3층 좌석은 고민의 여지가 큰 선택지다. 예전같으면 김준수 이름 석 자에 모든게 용납되었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렇지 못 하다는게 좀 슬프긴 하다. 하지만 부모님한테 6월까지 천오백만원을 통장에 넣어두시오 선언한 망할 년이 되었으니 아무래도 돈 쓰는게 조심스러워진다. 힘내라 나...

 

 

 

 #5

 덕분에 모오락도 5번 채우려고 했는데 큰 결심하고 4번으로 줄였다. 이번 목요일에 현매로 보려했으나 준수오빠 콘서트 소식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지 아마. 이제 남은 건 26일 박한근씨 공연과 29일 김호영씨 막공. 사실 29일 공연은 아직 입금을 안 했다. 뒤늦게 예매를 한지라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 앉겠다고 고군분투 중. 그래도 6열에서 사이드 블럭이나마 2열까지 왔으니 꽤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퀄리티에 비해 티켓이 참 안 나가는 비운의 공연이라 그런지 양도표마저 참 안 나오는게 슬프다. 이번 시즌 끝나면 내가 이 배우들로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지 않을까 싶어서 더 가슴이 아픈 공연이다. 라이센스를 한 10년어치로 사왔으면 좋겠지만 초연부터 적자라니 참... 가슴이 아프다.

 

 

 

 #6

 고난과 역경 그 자체였던 영문 학업계획서 작성에서부터 여러가지 소소한 문의 메일까지 올해 들어 영어로 글을 쓸 일이 주기적으로 생긴다. 방학 때 프랑스 아마존에서 DVD 산답시고 수도 없이 메일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교환학생 갈 학교에 메일 한 통을 넣었는데 그래도 12년 동안 영 헛짓하진 않았구나 싶더라. 대단한 고급 영어를 한 것도 아니고 고작 댓줄짜리 메일이지만 그래도 중요한건 내가 시방 영어를 쓰고 있어요! 물론 가장 중요한 말을 못 한다는게 함정. 꾸준히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자막 안 보고 귀로 듣고 따라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학기 끝나면 학원 다닌다고 스트레스 어지간히 받겠구나 싶다. 다시 한 번 힘내라 나 자신아.

 

 

 

 #7

 럭키 세븐. 행운이 왔으면 좋겠다... 공부 좀 하다가 자려고 했더니 벌써 새벽 두 시가 다 되어간다. 그냥 책이나 읽다가 자야지. 공부를 하나 안 하나 점수가 똑같을 과목이라고 애써 나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다. 이번 학기도 나는 이렇게 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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