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406 흐림
#1
내 블로그에 엄청 오랫만에 들어온 것 같다. 나한테 남은 건 쥐뿔도 없는데 늘 하루 24시간 일주일 한달 한학기 내내 뒤지게 바쁜 것이 우리 학과의 특징이지. 이번 학기는 팀작업을 아주 제대로 하다보니 일주일내내 설계를 붙잡고 살고 있다. 그래서 내 인생이 너무 불행한 느낌! 빨리 4월 말에 팀플과제 최종발표하고 개인작업 들어갔으면 좋겠다. 물론 그 전에 당장 다음 주 중간발표 준비로 죽을 각오를 하고 있는 나와 동기들. 근데 막상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설계 스튜디오 개인작업 시작하면 식재설계 팀설계가 시작된다는게 함정. 나는 왜 행복해질 수가 없어... 얼른 이 학교를 떠나고 싶다.
#2
오늘, 다음 학기 네덜란드로 떠나는 교환학생들끼리 잠깐 모임을 가졌다. 덕분에 공강인 금요일마저도 학교에 가서 설계를 하다가 약속장소에 나간게 아주 조금, 약간 짜증이 날 뿐 얼굴도 익히고 서로 정보도 공유하고 약간 어색돋긴 했지만 나름 풍요로운 시간이었다. 근데 뭐 다들 훈훈한게 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여학우들 미모에 잠시 넋 방출. 다들 훈훈했는데 한 명이 완전 여신. 요샌 신은 공평하다는 말 따윈 다 거짓말이다. 캐드실에서 쩔다가 간 나는 닥치고 짜지...진 않았고 일부러 더 조잘대다 온 것 같기도. 조만간 서류준비다 비행기 티켓팅이다 해서 자주 보게 될 것 같다. 같이 가는 친구도 없이 지구 반대편에서 일년동안 나의 연고는 이들뿐이니 잘 지내도록 노력해야지.
#3
어휴. 말이 나와서 말인데 나는 교환학생 붙기만하면 열심히 학교 다니다가 방학 때 회화 공부하고 출국하면 되는줄 알았건만, 그게 아니라 출국전에 할 일이 꽤 많아서 당황스러운 한 달을 보냈다. 재정증명이며 임시거주허가증이니 나발이니 준비해야할 서류도 많고 돈도 많이 들고 아주 그냥 신경쓸 일이 태산.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출국전에 내가 네덜란드에서 생활비로 쓸 천오백만원 가량을 미리 검사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저게 무려 미니멈이라니 내가 또 어마어마한 돈 먹는 하마가 되었구나 새삼스레 느낄 뿐이고. 거주증은 80만원가량 드는걸 알고 있었지만서도 막상 내 일이 되니 매우 부조리한 일처럼 느껴지는건 왜 일까 네덜란드 시버럴것들아^_ㅜ 미래에셋 장학금은 해당사항 없고, 아셈듀오도 학교에서 성적순으로 자른다고하니 가망이 없고 내 인생은 왜 항상 이렇냐. 방학동안 알바나 열심히 해서 비행기랑 기차값이라도 벌어야지 뭐 어쩌겠어.
#4
요새 왜 이렇게 바람이 몰아치는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해그리드 스타일을 강제 고수하는 나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산발 스타일링을 강요당하고 있다. 매일 밤마다 현관에서 거울을 보면 내 꼬라지가 참 가관. 물론 머리도 문제지만 추위 잘 타는 나는 추운게 더 문제. 이번 주 언제던가 눈도 내렸지않나. 이건 여담이지만 어제던가, 설계하다가 간식먹으러 가는중에 날씨 얘기하면서 정말 11월에 지구멸망하는거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더랬다. 그랬더니 다음 학기 중국으로 교환학생가는 선배가 야 나는 만리장성 아래서 죽고 너(=나)는 풍차 아래서 죽는데 OO형은 캐드실에서 죽겠네 이러는 거ㅋㅋㅋ OO선배가 자기는 정말 캐드실에서 죽을 것 같다고ㅋㅋㅋ 캐드실에서 죽으면 억울해서 저승 못 가고 귀신되어 이승을 떠돌거라며 셋이서 막 웃었다. 농담이긴 하지만 참 소름돋는 나와 너 우리의 현실^_ㅜ
#5
바쁘다 죽겠다하는 와중에도 매우 무리하여(=다음 날 시험을 제끼고) 수요일에 모차르트 오페라 락 자체 첫공을 찍고 왔다. 김호영씨에 대한 나의 기대치가 매우 높았는데, 다시 한 번 깨닫지만 김호영씨는 정말이지 기대를 할만한 가치가 있는 배우인 것 같다. 초연에서 미켈란젤로가 너무 매력적인 모차르트를 만들어 놨어서 그 그늘에 가려지거나 혹은 그와 너무 다른 해석으로 내가 적응을 못 할까봐 별별 걱정을 했었는데 우와 정말 나는 2막 마지막 장면에서 하늘로 승천하는 김호영씨를 보면서 입을 다물수가 없었어요. 헤벌쭉. 그리고 알로이지아 역의 최유하씨 예상외의 싱크로율에 깊은 감명받았다. 진짜 너무 잘 어울리고 너무 잘 해서 빔밤붐 들으면서 몸에 전율이 일었다. 댄서분들도 너무 멋있고. 강태을씨도 멋있다. 솔직히 난 이 뮤지컬 속의 살리에리나 그 배역을 연기했던 플로랑이나 별 매력을 못 느꼈던 사람인데, 강태을씨는 멋있었다. 물론 살리에리 캐릭터는 아직도 그냥 그렇긴 하지만 강태을씨는 멋져 아주 멋져. 배우들이나 댄서분들 모두 다 멋졌다. 레오폴트 역의 모 님이 구멍이라고 굳이 말하지는 않겠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대주교 역과 안나 마리아 역의 배우들은 연기를 못 한다기보다는 미스캐스팅이 아닌가 싶더라. 젠장할 캐릭터 나이가 50대면 최소한 40대 배우를 데려다 쓰세요. 물론 왜 젊은 배우들이 죄다 하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만, 그래도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50대 캐릭터는 50대가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왜 말이 이리로 샌거야... 어쨌든. 사실 대부분 그렇듯 배우들은 매우 훌륭했지만 그 외에 아쉬운 점들이 음향이라던가 편곡이라던가 갑자기 저렴해진 무대라던가 등등 있지만 그것들을 고려하더라도 나는 재관람 의사가 차고 넘치니 굳이 그것들에 대하여 주저리주저리 하진 않겠다. 이래서 제작사들이 나를 호구로 아는건가 싶기도... 13일에 예매해놓은 것 말고 공연 마지막 주에 두어번 더 가야지.
#6
근 네달동안 공연을 끊고 살았었는데 이제는 한달에 한 번씩은 보고 살아야지. 영 사는게 퍽퍽하고 삭막해서 돈을 쳐발라서라도 삶의 활력소를 찾아야겠다. 소득따위 없는 돈먹는 하마지만 이 분에 차고 넘치는 사치를 포기할 수가 없어... 아 그러고보니 저녁밥먹고 비타민제 안 먹었네. 아침먹고 꼭 먹어야지. 모오락끝나면 뭐 보러다니지. 세간의 기대작 중 하나인 풍월주는 개인적으로 관심이 없었는데 캐스팅보고 이미 혹한 것 같기도... 엠버터플라이는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딱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고. 엘리자벳은 이미 나의 마음속에서 떠났을 뿐이고. 준수오빠 칭찬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오고 있긴한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친출타한 가격을 용납할 수 없어. 한 2년쯤 있다가 또 엘리자벳하면 꼭 보러갈게요 준수오빠...
#7
럭키세븐 행운이 오겠군요! 빨리 이번 학기가 끝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오락 연장공연 해주세요.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