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하루
111210 눈옴
시안나
2011. 12. 11. 00:51
#1
금요일에 지하철 출구로 딱 나왔는데 흩날리는 눈발과 함께 들려오는 구세군 종소리에 아 정말 겨울이구나 실감이 났다. 수백번도 더 본 청량리역 4번 출구의 풍경이 그리도 특별하게 느껴질지는 몰랐다. 개인적으로 그 근처는 포장마차에서 나는 온갖 음식냄새 때문에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 순간만큼은 뭐랄까 꿈 속에서 시간이 멈춘듯 했다. 살면서 처음 느껴본 느낌이었다. 지하철 출구에서 몇 걸음 걸어나오는 동안의 그 몇 초 때문에 그저 평범하게 지나갔을지도 모르는 하루가 꽤 특별해진 것 같았다. 내가 한 건 없지만 웬지 보람찬 하루를 보낸 것 같은 느낌!^^ 시험치고 나오면서 동기한테 이 얘기했더니 걔가 표정으로 이건 또 뭐야를 외친 건 안 자랑. 나도 알아 나랑 안 어울리는거^*^...
#2
이번 학기도 몇 일 안 남았다. 다음 주 수요일이면 수업 다 끝나니까 4일 남았구만. 그런데 남은 4일동안 닥쳐올 일들이 마치 이번 5주간의 중간고사ㅋㅋㅋ 압축판 같아서 끝난다는 기분보단 그저 막막함만 가득이다. 이번 학기는 정말 제대로 한 과목이 하나도 없어서 걱정이다. A는 커녕 B0조차 보장된 과목이 하나도 없어! 교양 한 과목은 진심으로 F가 나올지도 몰라... 흑. 전체 평점 3점대는 유지해야 하는데 이게 그리도 어려운 일인지 몰랐군^_ㅜ 학점 세탁이 남 얘기가 아니고 그냥 내 얘기 나를 위한 얘기 학점 세탁 곧 나. 기말고사라도 잘 봐야하는데 공부가 어찌나 하기 싫은지 당장 월요일에 시험이 두 개인데 한 게 아무것도 없ㅋ엉ㅋ 나도 내 인생이 슬프다 엉엉.
#3
왕복 3시간을 넘나드는 등하굣길에 2주동안 모오락 넘버만 듣고 있다. 작년 12월에 처음 모오락 넘버 들었을 땐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비주얼이 첨가되니 끝을 모르고 빠수니 DNA가 분열되고 있다. 흑 미켈레... 미켈레를 한국으로 데려와서 한국말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전 처음 맞닥뜨려보는 프랑스어의 향연만 해도 당황스럽건만 미켈레는 심지어 이탈리아 남자였다는 게 함정. 처음에 이탈리아인이라고 하길래 으읭 니가? 싶었는데 분장 벗겨놓으니까 내가 상상하던 그대로의 이탈리아 남자가 나타났다ㅋㅋㅋ 이건 마치 두 얼굴의 사나이를 보는 기분... 아이라인 네가 범인이렷다! 어쨌든 이 얼굴이나 저 얼굴이나 상관없으니 다음에도 또 모차르트 하세요 미켈레 두 번 하세요 내가 보러 프랑스에 갈 때까지 계속 하세요 아마 무덤 속에서도 해야될 듯^_^;
#4
쓰릴미를 포기하니 갑자기 부자가 된 느낌이다. 근데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나의 관심 공연들은 모두 다 하나같이 대극장 작품이기 때문에 한 번씩만 예매하면 나는 또 다시 알거지가 되겠Gee. 일단 영웅이랑 엘리자벳과 모오락이 주축이고 곁다리로 중/소극장 작품들이 몇 가지 있는데 으으 이번 겨울에 알바를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얼마나 볼 수 있을지가 결정될 예정. 시작은 부자였지만 늘 그랬듯 그 끝은 거지란다. 나는 왜 이렇게 소모적인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는걸까... 내 좌절과 고뇌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내 아이돌 시아준수가 요기잉네! 딱히 원망을 하는 건 아니야 준수오빠... 정말이야...
#5
종강하면 바로 영어학원 알아봐야 하는데 뭘 공부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필요한 건 공인영어성적인데 요새 공인영어성적이 한 두개여야 말이지^_ㅜ 토익은... 내가 수능치고 영어 완전히 놔서 공부를 해야하긴 하는데 경험상 굳이 학원을 다녀야하나 싶기도 하고. 유명한 학원 가면 또 다르려나 모르겠지만 여하튼. 토플이나 텝스는 이거 어디다 쓰나 싶고 FLEX니 OPIC이니 처음 들어보는 시험들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잠깐 검색했다가 혼란의 구렁텅이에 빠졌다. 그냥 얌전히 토익공부나 해야하나. 아니면 토익 스피킹...이라도^_ㅜ 에라이 이 따위 시험점수가 뭔 소용이냐 영어 12년 배웠는데 외국인 얼굴보면 yes 한 단어 내뱉기도 힘든데요...
#6
갑자기 생각났는데 어제 새벽에 잠결에 서울시청 알바 신청했다. 정확히는 인턴이니 뭐 그럴듯한 이름이었는데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와중에 성남시청은 자기소개 쓰라고해서 짜증났었는데 쿨하게 죄다 객관식으로 처리하는 서울시 위엄...을 느꼈다. 작년 겨울이랑 올 여름에 성남시청 알바 장렬히 전사한 경험을 밑바탕 삼아 그닥 큰 기대는 안 된다만 그래도 되었으면 좋겠다. 근데 왜냐면 이번 방학도 집구석에 쳐박혀 컴퓨터랑 연애하고 싶지는 않거든! 이번 여름방학 때 2주동안 해도 안 뜨는데 빌어먹을 토치우드 본다고 땅 파고 들어갔던 나의 우울한 과거를 다시 재현하고 싶진 않다고! 안 그래도 올해의 마무리는 닥터후 크리스마스 스페셜, 새해의 시작은 셜록 시즌2와 함께 할 예정인데 방학 내내 셜록2 대사를 외울 때까지 보고 또 보고 그럴수는 없엉... 흑...
#7
럭키 세븐. 행운이 오겠군요. 그러고보니 잊고 있었는데 감히 이 대사를 삭제한 쓰릴미 연출에게 나의 분노를 표출한다^_^)ㅗ